사수레

앤더슨씨

야생화 바람꽃 2022. 8. 20. 23:51

“또 조지 넬슨?” 하실 건가요?🤣 봐도 봐도 실증나지 않는 디자인이란 걸 지속적인 게시물로 증명해내고 싶네요. 1950년대 만들어진 녀석인데 여전히 세련되고 깔끔한 자태가 감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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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특유의 파트들을 한 가구에 모아놓은 느낌이에요. 먼저 넬슨이 늘상 내구성과 디자인을 강조한 베이스 즉 다리를 볼까요? 짧은 원기둥 레그, 긴 H 베이스가 눈에 들어오실 거예요. H 레그에서 사선으로 뻗어나가는 금속 파트 덕분에 모든 라인이 수직과 수평으로 구성된 책상에 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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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름으로 손잡이를 보세요. 넬슨 수납장의 손잡이는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저 갈고리 형태의 손잡이죠. 검지 손가락이 쏙 들어가는 사이즈라 서랍을 개폐하는 데 매우 편리한 디자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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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판과 서랍이 다이렉트로 만나지 않고 중간에 연결 파트가 있는 게 보이실 거예요. 저 연결 파트는 서랍장 위에 추가적인 서류 수납 공간을 만들뿐만 아니라 상판이 서랍장으로부터 떠있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할 수 있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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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판은 화이트 포마이카 라미네이트탑이에요. 여러 상판 옵션 중에 가장 발랄하면서 사용하면서 생기는 상처나 물자국 등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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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혹시 원색의 강렬한 포인트를 가진 요소를 가지고 계시다면 아마 이 커다란 하얀색 상판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메탈과 비비드한 컬러로 구성된 가구를 많이 계신 분들의 경우는 메탈과 상판이 그 결을 같이 하면서도 70년 세월을 보낸 월넛이 무게감과 따뜻함을 제공해줄 거예요. 넬슨이나 임스의 우드 체어를 매칭시킬까 하다가 소트사스의 체어를 놓아봤어요. 하얀 상판과 메탈 파트와 우드 파트가 조화롭게 섞여 있는 까닭에 어떤 형태의 의자가 와도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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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넬슨 허먼밀러 에토레소트사스 georgenelson hermanmiller ettoresottsass

모더니즘을 수용하는 미국 디자이너들 중에는 조지 나카시마와 같이 모더니즘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사람이 있고, 조지 넬슨과 같이 적극적인 수용을 넘어 가속화시킨 사람도 있는데요. 앞서 소개해드린 책상을 디자인한 하비 프로버가 조지 나카시마와 비슷한 노선을 달렸다면 비슷한 시기 조지 넬슨의 책상 디자인은 어땠는지 한번 감상해보세요. 같은 아메리칸 미드센츄리 모던 가구인데 둘 사이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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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제 강연 주제는 ‘Two GN’입니다. Geroge Nakashima와 George Nelson이요. 서로 다른 두 계파에 대한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제 Thesis를 포함한 강연이기 때문에 흥미로우실 거라 생각돼요. 또한 강연의 절반은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내용들일 거예요. 어떻게 정품 가구를 분별하는지, 어떤 가구가 소장가치가 높은지, 오리지날은 무엇이고 리프로덕션은 무엇인지, 어떤 가구가 리세일 시 유리한지 등등이요. 내일 DDP에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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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넬슨 허먼밀러 georgenelson hermanmiller ddp강연

아메리칸 미드센츄리 모던 가구 하면 누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거장들 중 거장들만 선택적으로 나열해도 서른 명은 언급되어야 할 텐데요(목요일 DDP 강연 때 한번 언급해볼게요). 젠스 리솜(Jens Risom)은 그 리스트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빅 네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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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넛을 주재료로 기능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을 주로 추구했어요. 그렇지만 어느 작품이라도 확실한 디자인 액센트가 존재하고 그것이 잘 표현되도록 노력했어요. 사진 속 두 개의 책상과 하나의 캐비닛은 모두 젠스 리솜의 디자인인데요. 각 가구마다 어떤 엣지들이 있는지 한번 감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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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책상의 경우는 둥글게 마감된 상판, 노란 서랍장, 갈고리형 손잡이가 일단 눈에 띄실 거예요. 둥근 기둥형 다리와 메탈 글라이드는 리솜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고요. 서랍을 열면 이동 가능한 얇은 선반과 수납 박스가 수납 효율성을 매우 높여주고 있어요. 버려지는 스페이스가 전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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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딩 수납장을 포함하고 있는 작은 타자기 보조 책상은 이번 컨테이너에서 제가 가장 맘에 드는 가구들 중 하나예요. ‘책상이 왜 이렇게 낮고 작지?’하시다가 제가 사각 박스를 당겨 열면 많은 분들이 감탄하셨었죠. 얇은 화이트 선반들은 끼웠다 뺐다 하는 구조라 수납의 형태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가져가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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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의 경우 작가 설명 없이도 충분히 작가를 예상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디자인 하이라이트가 있죠. 아주 정직한 원기둥 다리에 원기둥 끝을 그대로 잘라서 아래로 내려놓은 듯한 메달 글라이드의 조합. 손가락이 앞으로 쏙 들어가는 스칸디나비안 모던 타입의 캐비닛의 손잡이도 물론 아름답지만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다리와 발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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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까지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어 벽에 붙이지 않고 공간의 중앙에 얼마든지 배치할 수 있고요. 독특한 컬러나 형태로 승부를 보는 게 아니라 숨겨진 기능을 사용할 때 비로소 진짜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품격 있는 녀석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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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스리솜 젠스리솜디자인 jensrisom jensrisomdesign

한스 웨그너의 의자 중 기함은 파파 베어 체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백화점에서 파파 베어 체어를 보고 가격을 물어보신 분들은 사뭇 놀라셨을 수도 있어요. 패브릭 옵션에 따라 준대형 승용차 한 대 값을 들으실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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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웨그너의 책상 중 기함은 위 사진 속 AT-325라 할 수 있을 거예요. 압도적인 크기의 로즈우드 상판. 상판과 다리를 연결하는 고급스런 금속 파트. 군더더기 없이 곧게 뻗은 금속 다리. 그리고 길고 납작한 서랍. 이들의 조화가 매력적이에요. 개인적으로 금속 레그 끝이 로즈우드 팁으로 마감되어 있어 상판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포인트가 맘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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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가 정말 심플해요. 상판, 서랍, 다리 이렇게 세 파트가 각각 포장되어 왔고요. 상판을 뒤집어 놓고 스크류로 다리를 연결하고 서랍을 끼우니 책상이 되었어요. 조립하는 데 3분밖에 걸리지 않았죠. 이렇게 구조가 심플한데 어떻게 이렇게 고급스러울 수 있을까요? 열쇠 구멍을 제외하고는 곡선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고 모두 직선과 직각으로 만들졌는데 어떻게 이렇게 우아할 수 있을까요?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에 있어 재료의 퀄리티와 로즈우드 무늬가 큰 역할을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상판과 다리와 서랍의 비율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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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웨그너 hanswegner andreastuck at325

어느 유명 갤러리의 대표님께 이 카도 큐브 소파 3인용을 판매한 적이 었어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뮤직 아티스트의 공간을 풀 스타일링하게 되었는데요. 이 아티스트가 에서 큐브 소파를 보고는 동일 소파를 꼭 구입하고 싶다고 요청했어요. 오리지날 컨디션으로 잘 보존되어 있는 녀석을 찾아보려 했지만 그 시점에는 구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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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티스트와 협의해서 갤러리 대표님께 500만 원의 프리미엄을 더해 매도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는데요. 갤러리 대표님께서도 이 소파가 유용하고 예쁘다며 정중히 거절하셨어요. 어쩔 수 없이 언젠가 좋은 녀석이 나타나지 않겠냐며 위로했던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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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날 빈티지 가구가 그래요. 원하는 시점에 내 앞에 없고, 기다린다고 해서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찾는다고 해서 짠 나타나는 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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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소파가 그 아티스트가 찾던 바로 그 소파랍니다. 2인용 모델이요. 폴 카도비우스가 디자인하고 France and Son에서 제작했어요. 직각으로만 구성된 가구가 얼마나 고급스럽고 얼마나 우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카도의 로얄 월 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체크 패턴의 패널 프레임, 그리고 핑거 조인트가 매력적인 두 다리가 소파의 디자인 액센트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작은 공간에도 얼마든지 배치할 수 있는 실용적인 사이즈인데 사실 실용적이란 표현이 무색하게 너무도 고급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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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배치한 바 캐비닛은 Poul Norreklit이 디자인하고 1970년대 Georg Petersens Mobelfabrik에서 제작했어요. 재질과 직각 프레임이란 공통분모 덕에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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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카도비우스 poulcadovius franceandson poulnorreklit georgpetersensmobelfabrik

(DDP 강연 예약 마감) ‘아메리칸 미드센츄리 모던’에서 하비 프로버가 빠질 수는 없죠. 미드센츄리 모던하면 미니멀하고 단순한 라인을 주로 떠올리시지만 하비 프로버를 비롯 랍스존 기빙스, 에드워드 웜리, 폴 프랭클 등과 같은 작가들은 우아함을 잊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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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프로버의 투톤으로 마감된 ‘L’ 모양의 책상이 심플한 라인에도 ‘우아함’이란 수식을 쓸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내고 있어요. 타자기를 올려두는 용도의 보조 책상은 옵셔널이라 붙여둘 수도 있고 분리해둘 수도 있어요. 레그의 브라스 팁과 스트레처가 아름다운 벤치 역시 하비 프로버의 작품이에요. 그의 시그니처 벤치인데요. 소장가치 높은 귀한 피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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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6시 동대문 DDP에서 진행되는 강연에 참석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주최측에 요청해서 얻는 추가 자리들도 모두 마감되었어요. 다소 늦게 참석을 요청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죄송해요. 전시 규모와 강연장 규모로 인해 다 모실 수가 없네요. 다음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앤헤이븐에서 비슷한 시간을 한 번 더 만들어 볼게요. 내일 강연에서는 모더니즘을 대하는 아메리칸 디자이너들의 서로 다른 자세와 관점에 관하여 역사적 그리고 사회적문화적 접근을 시도할 거예요. 같이 즐겨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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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프로버 harveyprobber 아메리칸모던가구 모더니즘

현재 뉴욕 고급 주거 인테리어 시장에서 소파를 논할 때 블라디미르 케이건의 소파를 빼고 대화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예요. 최고급 콘도에서 아주 인기가 높은 녀석인데요. 시에(SIE) 대표님께서 무려 불특정 다수가 앉는 쇼룸에 이 고급 소파를 배치하셨어요. 그 앞으로는 젠스 리솜의 암체어들이 놓여 있고, 오리지날 피에르 잔느레 스쿨 체어와 제인 앤 고든 마르츠의 사이드 테이블 겸 플로어 램프가 놓여 있어요. 왼쪽 저 멀리 보이는 녀석은 컴팩트 다이닝 테이블로 유명한 한스 올센의 프라이드 에그 체어로 최근 생산된 리프로덕션이 아닌 Bramin 오리지날 빈티지 모델이랍니다. 쇼룸에 이런 레벨의 가구들을 배치할 수 있는 대표님께 진정 박수를 보냅니다. 카페트와 소품이 조금더 정돈되면 훨씬 더 완성된 모습이 연출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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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공간에는 고급 가구, 상업 공간에는 내구성 중심의 중저가 가구들을 배치한다는 생각은 옛말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앤더슨씨가 스타일링을 진행한 상업 공간들을 보면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고퀄리티 가구들로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경우가 많아요. 조금 더 멋진 그리고 다시 조금 더 멋진 공간을 만들겠다는 욕구는 결국 작품 가구를 공간의 앵커로 사용하는 결정으로 이어지더라고요. 멋진 쇼룸 공간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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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케이건 젠스리솜 제인앤고든마르츠 피에르잔느레 한스올센 vladimirkagan jensrisom janeandgordonmartz pierrejeanneret hansolsen

보르게 모겐센의 모델 203 책상이에요. 1950년대 Soborg Mobelfabrik에서 제작했어요. 보르게 모겐센의 가구들 중 이 정도로 스틸의 비중이 높은 가구가 있던가요? 동일한 방식으로 양쪽으로 확장되는 다이닝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모델 203처럼 메탈 서랍 손잡이까지 가지지는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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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메탈 비중이 높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가구의 디자인 액센트가 전부 메탈에 있다는 게 핵심이에요. 일단 아래로 갈수록 얇아지는 테이퍼 형태의 네 다리가 상판으로부터 사선으로 내려오고 있어요. 그리고 그 사선 다리에서 서랍과 상판을 떠받치는 지지대가 다시 사선으로 올라가요. 싱글 지지대가 아니라 ‘V’자 형태의 더블 지지대예요. 총 3개의 V지지가 존재하고, 하나는 서랍장을, 하나는 책상 상판을, 마지막 하나는 상판 지지대와 함께 포개져 있다 필요 시 확장판을 지지하는 역할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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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금속 파트끼리 연결되는 방식과 마감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파이프와 파이프를 단순히 용접으로 접착한 게 아니라 홀을 내어서 다른 파이프가 또 다른 파이프 안으로 삽입되는 형태로 연결했어요. 마감이 깔끔할 수밖에요. 상판 아래 두꺼운 파이프를 둔 것도 그 파이프 안으로 그 보다 얇은 다리 파이프가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예요. 사실 이 책상을 진정 감상하려면 쪼그려 앉아 상판 아래를 유심히 살펴보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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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게 모겐센의 모든 책상 중 저는 모델 203을 기함이라고 정의하는 데 망설임이 없어요. 오리지날 빈티지의 세월의 멋도 알고, 목재 가구의 따뜻함과 깊이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구 선택에 있어 메탈 파트가 반드시 필요한 분들이 계시죠. 그리고 아무리 가구가 예뻐도 트랜스폼 기능이 있는 가구를 찾는 분들도 있고요. 그리고 가급적이면 네임 밸류 높은 거장의 가구를 선호하실 테고요. 이 책상으로 모든 조건들이 부족함 없이 만족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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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gemogensen soborgmobelfabrik 보르게모겐센 임스 벵트루다

브루노 맛손의 정말 아름답고 레어한 Wall Secratary입니다. 얇은 나무 가방 같은 물체가 벽에 붙어 있죠? ‘저게 뭐하는 가구일까?’라는 호기심도 생길 거예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오크와 브라스 파트에서 이미 비범함이 느껴질 테고요. 무려 1939년에 만들어졌고 작가의 사인과 스탬프까지 잘 보존되어 있는 수작업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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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고 돌리면 앞면이 아래로 당겨지면서 선반이 되고 그 순간 내부의 아름다운 파티션이 드러나요. 깊이가 깊지 않지만 잘게 쪼개져 있어서 아기자기한 것들을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어요. 선글라스부터 펜, 시계, 향수, 수첩, 보석류까지 수납한 모든 물건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걸 또한 널따란 선반 위에 올려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선반도 매우 튼튼해 책 몇 권 정도는 충분히 지지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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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상자일 거예요. 작지만 소중한 물건들이 잔뜩 들어 있어서 보물 상자이고요. 안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아도 그 자체로 보물상자입니다. 이 상품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구글에서 Bruno Mathsson Wall Secretary를 이미지 검색해보세요. 현재 매물이 있다면(초록 글자 in stock) 시세가 어떤지도 체크해보세요. 이 녀석의 가치를 금세 파악하실 수 있을 거예요. 초록색 뒷판이 영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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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맛손 brunomathsson karlmathsson gilbertrohde

부산에 계신 감사한 단골손님의 방이에요. 앤더슨씨 가구를 보기 위해 새벽에 해운대에서 출발해서 아침에 청담동에 도착하시곤 하는 감동적인 분이시죠. 오늘은 반대로 저희 배송팀이 이분을 만나러 이른 아침 부산으로 향했어요. 조지 넬슨 사이드보드와 책상을 배송해드리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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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섰을 때 배송팀을 반기는 건 그분만이 아니었어요. 전에 앤더슨씨에서 구입한 가구와 조명이 새로운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어요. 조지 넬슨이 하늘에서 좋아할 거예요. 누군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에 본인 50년대 디자인한 조명과 책상과 사이드보드가 놓아졌으니 말예요. 잔느레 체어도 오랜만에 인사하네요. 책상 의자를 사러 다시 오신다는데 그때 오시면 앤헤이븐에서 시원한 망고 빙수와 함께 맛있는 점심식사를 준비해드릴게요. 제주도 앤더슨씨 스테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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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날 빈티지 가구를 구하고 사고 파는 것은 운도 따라야 하고, 타이밍도 맞아야 하고, 이래저래 번거로운 측면이 분명 있어요. 그렇지만 그 모든 불편을 백 번 천 번 감수할 수 있을 만큼의 소중한 것을 얻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공감과 관계입니다. 배송 팀원들이 많이 고생해주었는데요. 그들이 말하길 배송 과정이 좋았다 합니다. 더 이상 뭘 더 바랄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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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넬슨 피에르잔느레 georgenelson hermanmiller pierrejeanneret

폴 매콥이 디자인하고 1950년대 Planner Group(Winchendon Furniture)에서 1950년대 제작한 책상 겸 캐비닛 모델이에요. 메이플 나무로 만들어졌어요. 손잡이를 잡고 앞판을 아래로 내리면 그 앞판이 곧 책상 상판이 되면서 간단한 업무를 볼 수가 있어요. 내부에는 서랍과 선반이 있는데 매콥 특유의 브라스 서랍 손잡이가 시선을 사로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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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간단한 업무라고 표현한 이유는 넉넉한 레그룸 대신에 아래에는 슬라이딩 도어로 열리는 캐비닛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디자인 액센트라 할 수 있는 링 손잡이로 도어를 여닫을 수 있어요. 블랙 바디와 대비를 이루는 화이트 도어는 매우 모던하고 시크한 매력을 뽐내지만 경우에 따라 탈거해 놓거나 유리나 아크릴 도어로 대체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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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이란 소재. 둥근 브라스 서랍 손잡이. 링 형태의 슬라이딩 도어 손잡이. 이 모든 디자인 액센트들 이 가구가 폴 매콥의 디자이란 걸 암시하고 있는데요. 사선으로 바닥을 향해 내려가는 테이퍼 레그 또한 폴 매콥의 정체성을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네요. 다리를 풀어 바닥면을 평평하게 하면 각각의 바디 위에 서로를 올려둘 수도 있어 모듈러 가구의 요소 또한 갖추고 있어요. 수납장, 책상, 서랍장, 하이보드, 콘솔의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멋진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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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매콥 paulmccobb winchendonfurniture plannergroup

존 키알(John Keal)이 디자인하고 브라운 솔트만에서 제작한 서랍장과 협탁이에요. 존 키알은 아르데코 풍의 따뜻하고 우아한 미드센츄리 모던 가구를 잘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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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장의 경우 우선 네 개의 큰 서랍을 지니고 있어요. 윗 서랍과 아랫 서랍의 손잡이가 하나의 긴 문양을 만드는 구조, 혹은 위 아래 두 서랍이 유선형 손잡이를 반씩 나눠 쓴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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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장 상부에 별도의 스토리지가 있는데요. 수납장의 문이 탬버 도어로 되어 있어요. ‘ㄷ’자 모양의 메탈 손잡이와 탬버 도어를 이 서랍장의 디자인 하이라이트라고 정의하려는 순간 안에서 6개의 투명한 플라스틱 서랍들이 등장해요. 매우 독특한 조합이에요. 메탈 손잡이와 더불어 가구에 모던한 분위기를 한껏 불어넣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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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탁도 서랍장과 동일한 ‘ㄷ’자 메탈 손잡이가 눈에 띄어요. 협탁의 네 다리가 서랍 파트를 넘어 계속 위로 올라가서는 또 다른 선반을 지지하는 역할을 해요. 하나의 다리에 선반 두 개가 걸리는 셈이죠. 두 협탁을 옆으로 나란히든 앞뒤로 나란히든 붙여서 작은 사이즈의 콘솔로 사용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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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직선이 강조된 디자인인데요. 협탁 상부에서 다리와 다리를 연결해주는 스트레쳐에서 의외의 곡선을 감상할 수 있어요. 서랍장에서도 긴 손잡이와 짧은 다리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발견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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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옆에 존 키알의 협탁을 놓고 옆벽에 저 서랍장이 놓여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아르데코 스타일인 것 같은 미드센츄리 모던 디자인. 클래식한 손잡이와 탬버도어와 같은 전통적인 가구 양식에 시크하고 귀여운 금속 손잡이와 투명 서랍들. 조지 넬슨과 조지 나사키마나 모두 산업의 상업성을 위해 디자이너들이 너무 많은 자신의 가치를 양보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는데요. 단순히 대중들에게 선택받기 위한 제품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장인정신이 가구에 녹아 있어야 할 거예요. 장인의 정성이 느껴지는 특별한 녀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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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키알 브라운솔트만 johnkeal brownsaltman johnkealforbrownsaltman

아주 오래된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아름다운 공간이에요. 리모델링 시에는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바꿀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더할지를 결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 수 있는데요. 오래된 계단과 계단 난간, 천장, 벽, 창호를 세월을 간직한 그대로 잘 살려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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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으로 올라가자마자 눈에 띄는 위치에 보르게 모겐센의 선반과 카이 크리스티안센의 스퀘어 거울을 달아두었고요. 계단실의 메인 조명으로는 조지 넬슨이 디자인하고 하워드 밀러에서 1960년대 생산한 오리지날 버블 램프를 달았어요. 2층에서도 보이고 1층에서도 보이게 두 조명에 높이 차이를 두었어요. 비상등이 없었다면 1960년대 미국의 어느 가정집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아요. 마침 천장 마감 역시 아주 전형적인 미드센츄리 모던 건축 양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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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스타일링
조지넬슨 하워드밀러 보르게모겐센 카이크리스티안센 georgenelson borgemogensen howardmiller kaikristiansen

‘가장 기능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라는 미드센츄리 모던의 핵심 가치에 반문하며 ‘가구는 예술적 요소와 위트를 적극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포스트 모던 디자이너이자 멤피스 그룹의 수장인 에토레 소트사스를 아실 거예요. 국내에 커다란 핑크 물결 거울로 널리 알려져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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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매월 서로 다른 미드세츄리 모던 디자인 가구들 수백 개를 만나는 저로서는 소트사스 가구의 회화적 요소는 몰라도 위트 요소는 미드센츄리 모던 디자인 가구들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트랜스폼 기능이 있는 가구들에서요. 위트가 반드시 비비드한 컬러의 조합이나 매우 특이한 형태(shape)를 통해서만 표현되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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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Dyrlund의 확장형 원형 테이블을 보세요. 상판 아래 숨어 있는 네 개의 리프들을 잡아당겨 꺼낸 다음 반으로 접힌 리프를 펴면 8명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원형 식탁으로 변해요. 리프들이 접혔다 펴질 수 있게 하는 브라스 경첩들 덕분에 다분히 동양적인 분위기가 흐르죠. 이 테이블을 보면서 절반 이상이 차이니즈 레스토랑 테이블을 언급하거나 떠올린다는 게 그 근거가 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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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이 확장되는 방식에서 사람들은 재미를 느끼고, 테이블이 확장된 후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디자인에서 사람들은 훅(?) 들어오는 동양적인 분위기에서 또한 재미를 느낍니다. 클래식한 원형의 형태와 클래식한 고급 소재를 지니고 있지만 분명 위트가 있다고 표현할 수 있 있을 거예요. 소트사스의 이스턴 체어보다 오히려 더 동양스럽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함께 배치된 닐스 몰러의 모델 82 체어 역시 새파란 좌판 패브릭으로 또한 비비드한 컬러를 즐겨 사용한 소트사스에게 반문하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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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rlund nielsmoller model82chair 닐스몰러

피터 흐비트는 국내에 미네르바 소파로 널리 알려진 디자이너예요. 미네르바 소파는 France and Son에서 제작한 것으로 동회사에서 제작한 부메랑 체어와 (드랍 리프) 다이닝 테이블 또한 매우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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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흐비트의 시그니처 다이닝 체어와 수납장들의 경우에는 France and Son보다는 Soborg Mobler에서 주로 제작했어요. 모델 316 다이닝 체어나 모델 350 다이닝 체어의 제조사가 바로 Soborg예요. 위 사진 속 수납장들도 모두 Soborg에서 만든 것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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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borg에서 제작한 흐비트의 수납장들은 명확한 공통이 디자인 액센트들이 존재해요. 살이 얇은 탬버 도어, 웃는 입 모양의 나무를 깎아 만든 손잡이, 빗각으로 마감된 모서리, 그리고 모서리의 핑거 조인트. 이런 특징들이 보이면 피터 흐비트의 수납장이라는 것과 동시에 제조사가 Soborg라고 짐작하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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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시스템처럼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되었어요. 책장/장식장을 탬버 도어 캐비닛 위에 올려두어도 되고 별도로 배치하실 수 있고요. 탬버도어 캐비닛끼리 가로로든 세로로든 붙여 놓고 사용할 수 있어요. 책장이나 캐비닛의 베이스에는 두 가지 옵션이 존재하는데요. 레그가 부착될 수도 있고, 사진처럼 주추(plinth)가 베이스로 사용될 수도 있어요. 한 개는 판매되었고, 아직 한 개가 남아 있으니 수납장, 책장, 주방 장식장, 콘솔 등이 필요하신 분들은 고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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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흐비트 peterhvidt peterhvidtorlamolgaardnielsen soborgmobler

입 코포드 라르센이 디자인하고 1950년대 셀리그(Selig)사에서 제작한 라운지 체어예요. 옐로우톤 비치와 케인으로 만들어진 등판의 조화가 아름다워요. 천갈이 된 크바드랏 등쿠션을 놓아도 예쁘고 분리해 놓으면 케인이 드러나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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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과이어 퍼니처에서 만들어진 동양적인 디자인의 캐비닛을 함께 배치했어요. 오크, 대나무, 브라스로 만들어졌고, 프레임의 대나무 마감과 브라스 경첩이 디자인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190cm라는 높이에도 불구하고 깊이가 38cm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수납력은 훌륭하면서 공간의 포인트가 될 수 있고 바닥면적은 적게 차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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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란 재질과 브라스 경첩의 디자인이 동양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느끼게 해요.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 녀석은 ‘미드센츄리 모던 가구’라는 카테고리에 속해요. 아메리칸 모던 가구 거장 에드워드 웜리의 차이니즈 캐비닛을 보세요. 덴마크 가구 거장 보르게 모겐센의 차이니즈 캐비닛을 보세요. 미드센츄리 모던 가구들 중에는 동양의 건축물, 가구, 경첩 등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가구들이 꽤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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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과 라운지 체어 사이에 일부러 사리넨의 사이드 테이블을 배치했어요. 스칸디나비안 라운지 체어이든 동양적인 분위기의 미국 캘리포니아 가구이든 1950년대 Knoll사의 사이드 테이블이든 미드센츄리 모던 디자인이란 공통분모 위에서 얼마든지 조화로울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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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날 빈티지 가구의 인기는 국내 현상이 아닌 전세계적인 추세예요. 그 흐름의 본질로 계속 들어가다보면 결국 ‘희소성과 차별성’이란 가치를 만나게 돼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또한 남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가구들에 대한 수요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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